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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3   DETAIL

 

 

DETAIL

 

   +   [x.]   |   2007/05/03 00:54

 

어렴풋이 생각나는 옛날 DETAIL 간판.

2000년 겨울 어느날 밤.
버스를 타고 논현동 원룸으로 가던 길에 아무것도 없이 D E T A I L 이라고만 적혀있는 간판을 봤다.
저건 뭐지.? 뭐하는데야? 왜 전화번호가 없어. 순식간에 지나간 버스안에서 간판을 제대로 보고 생각할 틈도 없었다. 제 정신을 차리고 궁금증이 더해진건 몇번 더 저 간판을 보면서일듯하다.

버스 맨 뒤에 앉아 창밖의 간판을 보는걸 즐기며 간판 보는게 재밌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던 나인데 저런 특이한 간판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땐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진 않았다.
이어 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고 가끔씩 거긴 뭘까.? 왜 간판에 아무것도 적지 않았지 하는 궁금증은 잊혀지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간판에 전화번호도 없는거야.?


주변일이 정리되 가고 있던 2월 부턴 저길 가볼까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머리를 스친다.
3월2일 아침. 아무래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서초에 볼일도 있으니.
이런 비가 오는군. 마음은 가고 싶은데 날씨가 걸리적거린다.
근데 오늘 여기 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검색을 통해서 수입가구점이라는 것 까지는 알아봤다.
집을 나서기 전 검색을 하니 사이트가 있다.
메인 비주얼에 있는 가구들이 맘에 드는데 아주 비싸보인다.
2000년 9월 오픈. 오픈하고 얼마뒤에 내가 간판을 본거였군.
얼마전 3개층으로 확장했고 상호도 INDETAIL로 변경.
사이트에 소개된 가구들이 사진만 봐도 예사롭지 않다.


서초 볼일을 끝내고 강남역을 지나 논현역에서 좌회전.
천천히 옛날 기억을 되살려 DETAIL 간판을 찾는다.
없다? 고개를 넘어 반포까지 가서 U턴. 오히려 막혀있는 길이 고마웠다.
이쯤인데.. 어 간판이 바뀌었군. 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조심스레 문을 연다.

이곳 팀장님이 내게 와서 어떻게 오셨냐고 묻는다.
옛날 간판이 흰색 바탕에 DETAIL만 적혀있지 않았냐고 물어보며 말을 꺼냈다.
그렇다고 한다.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둘러보러 왔다고 했는데 안내를 해주신다.
이런 곳에서 손님이 더러 있거나 했다면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나와야할듯도 한데
비가 온게 내겐 행운이였나보다. 보고 싶던 간판은 리모델링을 하면서 바꿨다고 한다.

제일 먼저 간판에 대해.
간판에 DETAIL만 적혀있고 아무것도 없던데 왜 그랬나요?
'그냥 일부러..' 뭔가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냥 일부러 그랬다는 말에 잠시 숨이 멎는듯했다.
간판에 DETAIL만 적은걸로 봐선
올테면 오고 땡기지 않으면 오지 마라.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원한 대답을 들은거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곳 사람들도 평범한건 싫어하는군.
바로 앞 가구점들의 간판을 보더라고 상호에 전화번호에 사이트 URL과 무슨무슨 전문점이라고 빼곡히 들어간 간판만 보인다.
전엔 주문가구 위주로 영업을 했고 지금은 직접 수입.
눈에 잘 안띄는 간판은 조만간 또 바꾼다고 한다.

물건들을 손으로 만지며 느낄 여유와 궁금한 것들에 대한 설명.
그리고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는 것도 허락이 되었다.
1층. 2층. 지하를 둘러보며 일반 가구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을 만났다. 내가 좋아할만한 특이한 디자인과 물건들. 그리고 날 웃게 만드는 아이디어와 꽃무늬.
중국디자이너의 진짜 특이한 디자인이 있었는데 카피를 하고 싶어도 단가가 비싸 카피를 못한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값싼 중국산이 아닌 '중국디자이너' 감각 새롭군. 물건들에 대한 에피소드까지 듣는 즐거움. 지하엔 조명을 써서 분위기 있다.

꽤 멋스러운 몇몇 소품은 크기가 작으면 살만한 것도 있었는데 부담되게 커서.


두달이 지난 오늘에야 올린다.
진짜. 그날 안 갔으면 후회했을거다.
팀장님이 또 구경 오라는데. 기분 좋은 생각꺼리가 하나 더 늘었다.

http://www.indetail.co.kr/
사진은 inDETAIL의 사전 허락을 받고 올리는 사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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